농촌에 농부만 살지 않았고 농사만 짓는 농부도 없었다

지난 10월, 농촌경제연구원은 2021년 귀농·귀촌 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귀농·귀촌인 수는 51만 5,434명으로 2020년에 비해 4.2%가 증가했고 이는 같은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가장 많았던 2017년에 이은 두 번째 수준이며 전국 1,404개 읍·면 당 367명이 유입된 셈이라 한다. 1990년대 초반, 시민단체가 시작한 귀농운동이 농촌을 활성화하려는 농정당국의 정책과 연결되면서 최근 몇 년간 인구 1만 명당 약 100명 정도가 꾸준히 농촌으로 가고 있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같은 통계자료에 의하면 청년들의 귀농·귀촌의 증가세는 전년도와 비교하면 조금 주춤했지만, 귀촌 인구에서 30대 이하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44.8%로 여전히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귀농 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5%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지 않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이 또 있다. 2021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장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7.2세로 2020년보다 1.1세가 많아졌고 65세 이상의 고령 농가비율은 46.8%로 전년도보다 4.6%가 늘었는데 이는 40대 이하의 청년 농업인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사를 짓던 청년도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왜 청년들은 농업을 외면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농사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농업 총수익은 3.6배가 늘었으나 농업경영비는 7.9배가 늘었다. 많이 벌지만, 많이 쓰는 농업이 되었다. 버는 것보다 쓰는 돈이 많으니 농업소득은 1.7배 증가하는데 머물러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농업소득은 감소했다. 적게 벌어도 농촌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골살이가 돈이 덜 든다는 통념과 달리 2020년 농가 가계지출은 3,449만 원으로 농업소득 1,182만 원의 3배가 넘는다. 즉, 농사로 버는 돈이 늘기는 했지만, 농사를 짓고 생활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어 농사를 짓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그런 농촌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의 청년 농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바로 겸업이다. 1960년 73.2%이던 전업농의 비율은 2020년 60%로 떨어졌다. 이를 세대별로 분석하면 더 자명해진다. 60세 이상 농가의 2020년 전업 비율은 68.8%이지만 30~50대 농가의 전업 비율은 35.0%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 농부들은 농외소득으로 농업소득과 가계지출의 차이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농외소득을 벌 수 있는 일이 농촌에 많지 않다. 2020년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인구 천 명당 일자리는 농촌이 686명으로 도시의 565명보다 많지만, 농림어업과 건설·제조업 일자리가 46.9%를 차지해 겸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충분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공유하는 공동체 방식의 사업은 농사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농촌에 많이 만들 수 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는 ‘모여라 땡땡땡’이라는 요일 식당이 있다. 요일마다 요리사가 바뀐다. 귀농·귀촌한 젊은 여성들이 농사를 짓거나 텃밭에서 키운 재료를 써서 일주일에 한 번 돌아가면서 식당을 운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즐거운 일을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들은 요일 식당의 이야기를 묶어 ‘공동경비부엌’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는 국지적인 식량위기를 촉발할 것이고 기후위기의 가장 위협적인 재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방소멸 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인구감소도 막고 농사를 이어갈 청년이 농촌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어 식량 작물이 아닌 높은 수익을 낼 특수작물을 키워야 하는 스마트팜으로 청년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식량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 ‘농촌에 농부만 살지 않았고 농사만 짓는 농민도 없었다’라는 역사적 사실은 중첩된 위기를 극복할 오래된 지혜를 전해준다. 농촌의 작은 수요에 대응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면서 다양한 농산물을 키우며 땅을 지키는 청년 농부가 새해에는 더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